윈도우 10 지원 종료와 Intel i7의 억울한 운명

윈도우 10 지원이 이제 곧 끝난다. 물론 돈 내고 몇 년 더 연장 지원을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건 그냥 연명일 뿐이다. 언젠가는 끊기는 게 확정이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마음을 바꿔줄 가능성은 없다.

나는 집에 데스크톱만 대략 7대 정도를 굴리고 있는데, 나머지 컴퓨터들은 다 Intel i7 8세대 이후 모델이라 이미 윈도우 11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문제는 단 하나, Intel i7-7700K다. 얘만 유독 윈도우 11을 공식 지원하지 않는다.

TPM 2.0 모듈도 설치해놨고, Secure Boot 같은 조건도 다 충족했는데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설치를 막아버렸다. 더 억울한 건, 내가 7700K를 사고 불과 몇 달 뒤에 산 Intel i7-8700K는 멀쩡히 윈도우 11로 올라간다는 거다. 고작 세대 차이인데 한쪽은 되고 다른 쪽은 안 된다. 성능상 큰 차이도 없는데 이렇게 선을 그어버린 건 결국 마소가 자기네 지원을 단순화하려는 거겠지. 더 많은 CPU를 지원하면 테스트 케이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만큼 유지보수 비용도 커지니까.

사실 하드웨어 발전 속도가 예전만큼 빠르지도 않다. Intel i7-7700K는 4코어 8스레드 구조로, 8년 넘게 쓰는 동안도 체감상 부족하다고 느낄 일이 거의 없었다. 기본 클럭 4.2GHz, 부스트 클럭 4.5GHz에 DDR4 메모리를 만땅 꽂아둔 상태라서, 게임이든 개발 환경이든 큰 무리 없었다. 앞으로도 최소 5년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윈도우 11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도 충분히 쓸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마소의 칼질 한 방에 멀쩡한 CPU가 하루아침에 "퇴물"이 되어버린 셈이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새로 DDR5로 넘어가서 시스템을 싹 맞추는 건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지금 DDR4는 슬롯 꽉 채운 상태라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CPU와 메인보드만 교체하기로 했다. 중고로 Intel i7-8700을 들였다. 일부러 8700K가 아니라 8700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K 버전은 오버클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중고 시장에서는 오히려 그게 단점이다. 이전 주인이 전압을 얼마나 올렸는지, 발열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수명이 짧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안정성을 생각하면 순정 8700이 훨씬 속 편하다.

메인보드는 기존에 쓰던 보드가 온보드 오디오 품질이 꽤 괜찮은 상위 라인이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라인의 중고 제품을 구했다. CPU는 리투아니아에서, 보드는 중국에서 이베이를 통해 직구했다. 배송 기다리는 동안 괜히 불안했지만, 다행히 멀쩡히 도착했고, 설치 후 바로 정상 부팅됐다.

결국 업그레이드가 끝나고 보니 좀 웃긴 상황이 됐다. 집에 이미 있던 Intel i7-8700K 시스템과, 이번에 업그레이드한 Intel i7-8700 시스템이 CPU와 보드 구성이 사실상 동일해져버린 것이다. (K가 있냐 없냐 차이일뿐) 원래는 7700K를 아껴서 오래 쓰려던 계획이었는데, 마소 정책 때문에 같은 세대 CPU를 두 대 갖게 됐다.

참고로 그 Intel i7-8700K 시스템은 머신러닝 용도로 쓰고 있다. 거기에는 NVIDIA GeForce RTX 4060 Ti 16GB를 꽂아놨다. 작년 기준으로는 가성비 최고 카드였다. 메모리가 16GB라서 대형 모델 돌릴 때도 여유가 있었고, 전력 효율도 괜찮았다. 올해 기준으로는 NVIDIA GeForce RTX 5060 16GB가 새로 가성비 왕좌를 차지했지만, 지금 당장 바꿀 필요는 없다. 몇 년 더 쓰다가, 아마도 NVIDIA GeForce RTX 9060 16GB가 출시되면 그때 지금이랑 비슷한 가격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을까 싶다. GPU야 항상 세대 뛰어넘어 갈아타는 게 가성비니까.

윈도우 11 업그레이드 자체는 성공적이었다.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하지만 솔직히 아직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많다. 파일 탐색기 같은 기본 유틸리티조차 윈도우 10보다 반응이 느리고, 이게 실제 체감 성능에 영향을 준다. 시스템 리소스를 잡아먹는 부분도 많아서, "진짜 이게 업그레이드 맞나?"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은 없다. 윈도우 10 지원이 끊기면 보안 업데이트도 더는 제공되지 않으니, 안전하게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윈도우 11로 넘어가야 한다. 마음 한켠은 여전히 아쉽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img

제대로 대우받는 개발자 | 부족한 컴공지식 배우기 | MIT급 컴공인강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일회성 프로그래머는 그만! POCU 아카데미가 올해 연봉협상을 책임지겠습니다!